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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 수술 후기 11일차 - 치질 재수술

 치질 수술 후, 일주일이 지나면서 수술 부위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껴가던 중에 결국 일이 터졌습니다. 일주일이 지나던 날부터 치질 수술한 부위에 실밥이 하나씩 빠지면서 피가 두 세방울씩 떨어졌습니다. 병원에서는 원래 그러니 안심하라고 하더군요. 단, 피가 뚝뚝떨어지지 않고 흐르는 느낌이 나면 지체없이 병원으로 다시 연락해라고 했습니다.

치질 수술 후기 11일차 - 치질 재수술

 어제와 다름없이 고통을 참으면서 회사에 출근을 했습니다. 여전히 치질 수술 부위에 고통은 엄청났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고 많이 불편할 뿐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슬슬 업무도 보고, 밀린 일도 처리하고 나름 바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점심도 집에서 싸온 샐러드 도시락으로 해결하면서 음식 관리도 철저히 했습니다.

 의자에 오래앉아 있기에 힘들고, 진물과 분비물도 상당히 많이 나오던 중이라서 매 시간마다 화장실에 가서 항문 거즈를 교체하고, 물티슈에 따뜻한 물을 적셔서 항문에 찜질도 해줬습니다.



 무사히 집으로 퇴근한 후에 저녁을 먹고 쉬는 중이었습니다. 변의가 오길래 화장실에서 변을 봤는데 출혈이 조금 있더군요. 피가 두 세방울씩 떨어지길래 별일 아니겠지 싶어서 거즈로 항문을 잘 막고 누워서 쉬었습니다.

 그런데 1시간 간격으로 계속 변의가 오더군요. 화장실에서 변을 보니 변은 거의 없고 피만 나왔습니다. 이렇게 2번정도 화장실을 간 후에, 사태에 심각성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두 세방울씩 떨어지던 피가 지혈이 되지 않고 조금씩이지만 계속해서 나오고 있더군요.

 불안해서 병원에 전화하니 야간당직 간호사 님이 당장 오라고 하더군요. 이때가 자정을 넘긴 시간이었습니다.


 

치질 재수술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빈 병실을 배정받고 링거를 맞았습니다. 링거를 놔주신 간호사 님이 화장실에서 변을 보고 나면 물을 내리지 말고 보여달라고 하더군요.

 이렇게 30여분이 지나고 변의가 다시와서 화장실에서 변을 봤습니다. 이전과는 다르게 젤리 같은 핏덩어리가 나오더군요. 두 세방울씩 떨어지던 피도 항문에서 허벅지로 흘러내렸습니다.

 간호사 님에게 보여주니 바로 의사선생 님께 전화를 하고 제 핏덩어리 사진을 찍어서 보내더군요. 간호사 님이 아마도 실밥이 떨어진 부위가 벌어져서 출혈이 생긴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의사선생님이 오면 그 부위를 다시 꿰매야한다고 하더군요.


 새벽 2시가 넘어 갈 때 의사 선생님이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제 수술 부위를 항문경으로 한 번 보더니 수술실로 가자고 하더군요.

 수술실에 들어가니 10일 전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윽한 알콜 냄새가 풍겼고, 눈 앞에는 수술대가 보였습니다. 한 번 해봤다고 수술대에 아주 정확한 자세로 엉덩이를 하늘로 향한 채 엎드렸습니다. 엎드리고 나니 계속해서 아랫배가 아프면서 변의가 오더군요. 관장을 했을 때 느껴지는 그 기분이랑 완전히 똑같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관장약이 아니고 제 피가 관장약 같은 효과를 내고 있는 것뿐이었습니다.

 배가 계속 아파서 쌀 것 같다니까 의사 선생님이 병원이니 걱정하지 말고 그냥 편한대로 해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그냥 쌌습니다. 아프니까 창피함이나 부끄러움 이런게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항문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나왔습니다. 




 척추마취를 했던 이전 수술과는 달리, 항문의 실밥만 하나 꿰매면 되기 때문에 국소마취를 했습니다. 국소마취는 항문에 할 줄 알았는데, 항문 바로 위 꼬리뼈에 하더군요. 국소마취를 할 때 따끔하면서 저린 느낌이 계속 들더군요.

 국소마취를 하고 실밥이 떨어지고 벌어진 부위를 다시 꿰매기 위한 재수술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마취를 해도 너무 아파서 계속 비명을 지르니, 진정제를 투약하고 잠이 들게 했습니다.


 잠이 든지도 모르고 있던 중에 수술이 끝났다고 간호사 님이 저를 깨우고 이동형 침대에 눕혔습니다. 마취제 때문인지 뻣뻣하게 저린 느낌만 있고 생각보다 아프지 않더군요. 병실에 돌아온 후에 마취제에 취해서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의사 선생님을 만났는데, 상태가 생각보다 안 좋아서 처음 수술한 것처럼 원형자동문합기(PPH)로 재수술을 했다고 합니다. 허리에 보니 척추마취를 했던 흔적이 있고, 치질 수술 부위가 처음 수술했던 그 느낌 그대로 다시 돌아와있었습니다. 마취제, 진통제 약빨이 다 떨어졌을 때 고통 최소화를 위해서 무통주사도 다시 맞았습니다. 

 치질 재수술 비용 및 입원비, 식비, 약제비는 0원이 나왔습니다.



치질 무통주사


 그렇게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회사에는 재수술을 해서 이번주까지 쉬겠다고 연락을 했습니다. 10일 동안 정말 잘 버텼는데, 다시 1일차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무통주사 때문에 수술하기 전날인 어제보다도 덜 아팠습니다. 무통주사를 빼면 생기는 엄청난 고통을 생각하니 한숨만 나오더군요.


 치질이 재발해서 재수술을 하는 경우는 많지만, 저처럼 치질 수술 후 회복기간에 출혈이 심해서 처음과 똑같은 수술을 다시하는 경우는 정말정말 드물다고 합니다. 의사 선생님도 20여년동안 치질 수술을 해왔는데, 이런 경우는 저를 포함해서 두번째라고 합니다. 정말 재수가 더럽게 없었습니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저 이전에 누군가가 저랑 똑같은 상황을 겪어준 덕분에, 병원에서 대응이 빨랐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치질 재수술을 했다는 상황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치질 수술 11일차가 치질 재수술 1일차가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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