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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 수술 후기 1일차 - 치질 수술 후 통증

 지난 한 달 간, 너무 일에 치여서 살다가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파견 나갔던 곳에서 1차 운영 들어가고 2차 운영을 위해 개발하는 중에 본사로 돌아갔었습니다. 본사에서 새로운 솔루션 프로젝트 개발에 들어가기 전까지 일주일간 있다가, 지원이 필요한 곳이 있다길래 일주일정도 가서 개발 지원을 해주고 다시 본사로 복귀.
 복귀 후에 솔루션 회의를 하고 공통모듈 개발을 하던 중에, 인턴들이 들어와서 인턴들 봐주고 하다가 결국 피로에 지쳐서 보유 중이던 치질이 재발...
 너무 아파서 생애 처음으로 항문외과에 가서 진찰을 받고, 토요일에 수술을 하기로 결정해서 치질 수술을 했습니다.

치질 수술 후기 1일차 - 치질 수술 후 통증



 저는 대학생 때부터 치질을 앓고 있던 환자라서 수술을 받을 때에는 4도 치핵이 있었습니다. 엄지손톱만한 치핵이 있었고 약물치료와 관리로는 더 이상 완화시킬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수술을 받았습니다. 


 치핵은 크기와 상태에 따라서 1~4도로 나누어지는데, 1~2도는 관리만 잘하면 수술 할 필요없이 치료할 수 있습니다. 3도부터는 절실한 관리가 필요하고 3도 초기증상에서는 어느정도 관리만 하면 일상에 불편함이 약간은 있지만 수술할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보통 3도까지 걸린 사람들은 버티다가 4도가 되어서야 병원에 찾아갑니다. 저도 물론 그렇게 버티다가 결국 4도 환자가 되었고 치질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치질 수술은 토요일 오후에 받았습니다. 회사때문에 주말이 하루라도 낄 수 있게 토요일로 날짜를 잡았습니다. 

 

 치질 수술이 있는 토요일 오후, 아침밥은 꼭 먹어라고 하셔서 평소보다 든든하게 챙겨서 먹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병실을 배정받고(제가 간 곳은 1인실밖에 없어서 1인실로 잡았습니다. 1인실 가격은 하루에 10만원이더군요.) 수액을 맞았습니다. 수액을 맞으면서 누워있으니 간호사분이 오셔서 관장을 위해서 항문에 무언가를 넣어주고 10분 이상 견뎌라고 하시더군요. 이때 1인실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서 최대한 10분정도 버티다가 화장실에서 와장창 쏟아내고 침대에 누웠더니, 이번에는 엄청나게 큰 주사기에 글리셀린 같은 것을 넣고 다시 제 항문에 넣어주셨습니다. 이거는 5분 이상 참아라고 했는데, 넣고 3분도 안되서 그냥 바로 화장실로 직행했습니다. 힘이 다 빠진채로 침대에 누워서 한 30분정도 자고 있으니 수술 준비가 되었다고 수술실로 향했습니다.



 수술실에 들어서고, 마취를 위해서 수술대 위에 양반다리로 올라가서 앉았습니다. 치질 수술은 척추마취(하반신 마취)를 하기 때문에 수술 전에 수술대 위에 올라가서 마취제를 맞습니다. 

 옆에서 수술을 도와주는 분 말을 따라서 수술대 위에 양반다리로 앉은 다음에 척추뼈가 허리살 위로 튀어나올 수 있게 고개를 최대한 숙였습니다. 일단, 척추마취 전에 척추마취를 할 부위를 국소마취합니다. 길다란 바늘이 허리를 통해서 들어가야하기 때문에 국소마취는 꼭 필요합니다. 국소마취를 하고 바로 척추마취에 들어갔습니다. 아프지는 않은데 허리를 관통해서 척추로 들어가는 바늘의 느낌이 그대로 나더군요.

 척추마취가 되면 허벅지부터 저려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때리거나 꼬집는 느낌은 그대로 다 느껴진다고 하면서 제 다리를 꼬집으시더군요. 꼬집는 느낌은 나는데 통증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니까 마취가 된거라면서 이제 수술대에 눕기로 합니다.


 수술대에 엎드린 후에 바지를 내리고 항문이 하늘로 향하게 누웠습니다. 양 손은 위로 뻗고 심박계를 달았습니다. 이제 치질 수술에 들어가기 직전입니다. 간호사가 심박수와 혈압을 낮추기 위해서 진정제를 놔주었습니다. 졸리면 자도 된다고 하길래 그대로 눈을 감았습니다. 안 자고 버티시는 분들도 있다고 하는데, 그때는 항문에 가위질하는 느낌이 다 느껴진다고 합니다. 저는 그 느낌을 느끼기 싫어서 그냥 잤습니다.


 잠들었다고 생각이 들려는 찰나에 간호사가 깨우더군요. 벌써 치질 수술이 끝났다고 합니다. 수술대 옆에 있는 침대로 옮겨 탄 후에 그대로 병실로 들어갔습니다.

 수술 직후, 척추마취가 아직 덜 깨서 항문쪽에 불편한 이물감은 있지만 통증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척추마취는 2시간 정도면 다 풀린다고 하는데, 마취가 풀렸다고 움직이면 엄청난 두통이 후유증으로 온다고 합니다. 제가 치질 수술을 받은 병원은 12시간동안 움직이지 말라고 하더군요.

 2시간이 지나고 마취가 다 풀린게 슬슬 느껴졌는데, 이때쯤에 간호사가 와서 진통제를 놔주고 무통주사를 연결해주었습니다. 덕분에 치질 수술을 한 항문에 따끔따끔거리는 느낌만 있고 그렇게 아프지는 않았습니다. 이때만해도 치질 수술 후 통증은 별거아니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치질 수술 후, 12시간이 지나고 소변을 보기 위해서 화장실로 갔습니다. 이미 수술 전에 소변때문에 고생한다는 글을 많이 봐서 아침에만 물 두 컵정도만 마시고 그 이후로는 전혀 마시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수술을 하고 12시간이 지나는 동안 소변이 전혀 마렵지 않았습니다.

 항문에서 느껴지는 이물감 때문에 어기적어기적거리면서 화장실에 소변을 보러갔는데, 여기서 치질 수술 후 첫 통증을 느꼈습니다. 시원하고 볼일을 보다가 다 끝나갈 쯤에 저도 모르게 항문에 힘을 주면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빼려고 하더군요. (척수반사작용) 이 때, 혼자 벽을 붙잡고 이를 꽉 깨물었습니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이라서 소리도 못지르고 혼자서 속으로 소리를 삼키면서 버텼습니다. 무통주사가 있어도 엄청나게 아프더군요.


 혼자서 고통을 참고 침대로 어기적어기적 걸어가서 바로 잠을 청했습니다. 항문이 너무 얼얼해서 옆으로 누워서 잤습니다.




 오전 7시가 되자 간호사가 식사를 가지고 왔습니다. 초등학생 때, 충수염(맹장염)으로 입원한 후에, 오랜만에 먹는 병원식이었습니다.

 아침 식사는 삶은 달걀 하나와 두부 한 조각, 죽, 무절임, 두유가 나왔습니다. 밥을 먹기 위해서 앉으려고 했는데, 통증이 느껴져서 벽에 머리를 기대고 엉덩이가 최대한 바닥에 닿지 않게 다리 힘으로 버티면서 먹었습니다. 

 음식의 간은 거의 되어 있지 않아서 밍밍했지만, 약 24시간만에 먹는 식사라서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좀 더 자고 있으니 이제 퇴원할 시간이라고 링거를 빼줬습니다. 그리고 무통주사를 맞고 있는 동안 샤워를 할 수 없으니 무통주사를 다시 놓기 전에 샤워를 하라고 하시더군요. 제가 간 병원은 모든게 다 갖춰져있는 곳이라서 샤워도구는 커녕 칫솔도 필요가 없는 곳이었습니다. 호텔처럼 모든게 다 갖춰져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치질 수술을 한 곳이 아프다보니 샤워는 대충 물을 뿌리고 바디워시로 대충 닦는 식으로 했습니다. 샤워를 한 후에, 옷을 갈아 입고 진료실로 나갔습니다. 진료실에서 무통주사를 맞고 끝으로 상담실로 향했습니다.


 상담실에서 치질 수술 이후 사후관리에 관한 설명을 들었는데, 생각보다 지켜야할게 많더군요. 지금은 진통제와 무통주사의 힘 덕분에, 고통 레벨이 1~10일 경우 5정도라고 합니다. (저는 치핵 4도라서 수술 부위가 크기 때문에 5라고 합니다. 보통은 3정도로 아프다고 합니다.) 5일 뒤에 무통주사를 빼면 고통 레벨은 5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벌써 미래가 엄청 두렵더군요. 무통주사는 보통 2~3일 맞는데, 저는 수술부위가 커서 5일을...




 치질 수술 후, 가장 중요한 점 세 가지는 음식, 배변, 술입니다.

 음식은, 매운 음식은 먹지말고 그 외에는 평소처럼 먹어라고 하더군요. 치질 수술 후에, 배변 통증이 두려워서 덜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러면 변비가 와서 나중에 더 큰 고통을 맛보게 되고 항문협착(치질 수술 부위가 아물면서 항문 구멍이 작아짐)이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 때, 매운 음식을 먹지마라는 말을 너무 경솔하게 들었었습니다. 퇴원 직후에, 월드컵을 보려고 반반치킨을 시켰는데, 그 때 먹은 양념치킨이 어떤 후폭풍을 가지고 올지 몰랐었습니다. (양념치킨은 안 매운 음식이잖아요?) 사실 매운 음식을 먹지마라는게 아니고, 캡사이신 성분이 있거나 있을 것 같은 음식을 먹으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설사를 유발할 수 있는 음식은 절대로 먹지마라고 합니다. 설사를 하면 변에 균이 많기 때문에, 수술 부위가 악화될 수가 있습니다.


 배변을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잘 먹어야하고 배변을 할 때 최대한 덜 아프기 위해서 식이섬유를 먹어줘야 합니다. 식이섬유제는 병원에서 주는 걸로 먹으면 된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하루에 한 번, 식후 1시간 뒤에 먹어라길래 저는 잘 지키면서 먹었습니다.

 그리고 배변을 할 때, 될 수 있으면 항문에 힘을 주지말고 그냥 흘러보내라고 합니다. 잔변감이 있다고 힘을 주면, 나중에 항문이 붓고 배변 통증이 더 심해진다고 합니다. 심한 경우 수술 부위가 터져서 재수술을 해야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배변 후에는 비데나 샤워기로 항문을 절대로 씻지말고 좌욕기에 물을 받아서 변을 씻어내라고 합니다. 이건 집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회사나 학교에 갔을 경우에는 그냥...


 술은 따로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니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상담실에서 설명을 다 듣고, 마지막으로 진료비를 결제했습니다. 치질 수술 비용52만원이 나왔습니다. 입원비, 수술비, 약, 좌욕기, 식이섬유 전부 포함한 가격입니다. 저는 전부 다해서 100만원은 나올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저렴하더군요. 치질 수술 비용 대부분은 건강보험 급여처리가 되기 때문에 많이 저렴하다고 합니다. 실질적으로 가장 큰 돈이 든건 입원비뿐인 것 같습니다. 이것도 실비보험 처리를 하면 되기 때문에 결국 따로 든 돈 없이 치질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라고 생각은 했는데, 사실 사후관리비(특히 택시비...)가 엄청 많이 들더군요.




 무사히 치질 수술도 마치고, 무통주사를 맞은 채로 집으로 귀가를 해서 들어누웠습니다. 진통제빨이 다 끝나니 무통주사가 있어도 엄청 아프더군요. 집에서 너무 아파서 무통주사가 아무런 효능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무통주사를 빼고나서 무통주사의 고마움을 느꼈었습니다. 무통주사빼고 출근했던 미친 행동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지금 치질 수술 후 8일차인데, 이제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제 블로그 글 쓸 수 있을 정도로 앉을 수도 있고 너무 좋습니다. 앉을 수만 있다는 것만해도 엄청 큰 행복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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